삼성전자 “파업 불 껐지만 내부 불씨가 더 커졌다” — 메모리 6억 vs 파운드리 1.6억 4배 격차·독소 조항·사내 게시판 반발·찬반투표 가결 불확실성
실시간 이슈 · 2026.05.22
삼성전자 “파업 불 껐지만 내부 불씨가 더 커졌다” — 메모리 6억 vs 파운드리 1.6억 4배 격차·독소 조항·사내 게시판 반발·찬반투표 가결 불확실성

삼성전자가 지난해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의 파업을 일단락했지만, 사내에서는 오히려 더 깊은 갈등의 불씨가 타오르고 있다. 핵심은 사업부 간 성과급 격차다. 메모리(DS 반도체) 부문 직원이 받는 성과급이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 직원의 약 4배에 달한다는 사실이 사내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며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메모리 6억 vs 파운드리 1.6억 — 4배 격차의 실체
삼성전자 내부에서 공유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연간 기준으로 메모리 사업부 핵심 직군 직원의 성과급(OPI+TAI 합산 추정치)은 최대 6억 원 수준인 반면, 파운드리 사업부 동일 직급 직원은 약 1.6억 원에 그쳤다. 단순 비율로 따지면 3.75배, 통상 ‘4배 격차’로 회자된다.
삼성전자의 성과급 체계는 사업부 실적에 연동되는 구조다. 메모리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급증과 AI 반도체 호황으로 역대급 이익을 기록했지만, 파운드리는 수율 문제·고객사 이탈·TSMC와의 점유율 격차로 수년째 적자 내지 미미한 흑자 수준에 머물렀다.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실적 격차가 그대로 급여 격차로 반영된 구조적 결과다.

독소 조항 논란 — “성과급 받으면 소송 포기”
갈등을 더욱 증폭시킨 것은 이른바 ‘독소 조항’이다. 일부 직원들은 성과급 지급 동의서에 “이의 제기 및 관련 법적 분쟁을 포기한다”는 취지의 문구가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이 사실이라면 성과급을 수령하는 순간 향후 불이익에 대한 법적 대응권을 사실상 포기하는 구조가 된다.
회사 측은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지만, 이 내용이 사내 게시판과 외부 커뮤니티(블라인드 등)에 확산되면서 “서명하기 전 반드시 확인하라”는 경고 게시물이 잇따라 올라왔다. 일부 직원은 노조에 법률 검토를 요청한 상태다.

사내 게시판 반발 — “우리가 같은 회사 맞나”
삼성전자 사내 게시판(모자이크)과 익명 직장인 앱 블라인드에는 파운드리 부문 직원들의 불만 글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인 게시물은 “같은 사번인데 4배 차이가 말이 되냐”, “파운드리 직원은 2등 시민이냐” 등의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감정적 박탈감이 크다.
일부 직원들은 부서 이동 신청이 폭증했다고 전했다. 메모리 부문으로의 내부 이동 경쟁이 심화되면서 파운드리 인력 공동화 우려도 나온다. 특히 경력직 채용 시장에서는 ‘삼성 파운드리 출신’의 이직 러시가 감지되고 있다는 헤드헌팅 업계의 전언도 있다.

노조 급증 — 파업 이후 오히려 가입 폭발
역설적이게도 지난해 파업 종료 이후 삼성전자 노조 가입자 수는 오히려 급증했다. 전삼노 기준 조합원 수는 파업 전 대비 30% 이상 늘었다는 비공식 집계가 나돌고 있다. 파운드리 직원들을 중심으로 “노조 없이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수십 년간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왔지만, 2019년 노조 설립 이후 조직이 빠르게 확대됐다. 이번 성과급 격차 논란은 노조 확산의 새로운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찬반투표 가결 불확실성 — 노사 합의안의 딜레마
현재 전삼노는 회사 측과의 잠정 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투표 결과가 불투명하다는 게 노사 양측의 공통된 시각이다. 합의안에는 기본급 인상, 일부 복지 확대 등이 담겼지만, 성과급 격차 해소와 독소 조항 삭제에 대한 명확한 조항이 빠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파운드리 부문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의견이 강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 합의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는다”는 글이 공유되고 있다. 투표가 부결될 경우 노사 협상이 원점으로 돌아가며 2차 파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파운드리의 구조적 딜레마 — 실적 없인 성과급도 없다
문제의 본질은 제도가 아닌 실적이다. 삼성 파운드리는 TSMC와의 점유율 격차가 좁혀지지 않고, 인텔·퀄컴 등 주요 고객사 수주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2나노 공정 경쟁에서 양산 수율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결국 파운드리 성과급을 높이려면 파운드리 실적이 개선돼야 한다. 하지만 단기간에 TSMC를 따라잡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 구조적 딜레마가 내부 불만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렵게 만드는 핵심 이유다.

경영진의 선택 — 어떤 해법이 가능한가
삼성전자 경영진이 택할 수 있는 해법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성과급 구조를 부분적으로 조정해 사업부 간 격차를 일부 완화하는 방식. 그러나 이는 메모리 부문의 반발을 유발할 수 있다. 둘째, 파운드리 별도 보상 체계를 도입해 시장 경쟁력 차원에서 핵심 인재를 붙잡는 방식. 셋째, 현행 제도 유지하며 파운드리 실적 개선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세 번째 방식이 현실적이지만, 인재 유출이 가속화될 경우 파운드리 경쟁력 회복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지적한다.

향후 전망 — 불씨가 불로 번질 변수들
찬반투표 결과, 2분기 파운드리 실적 발표, 하반기 성과급 산정 시즌이 이 갈등의 향방을 결정할 3대 변수다. 투표 부결 시 하반기 파업 가능성, 가결 시에도 잠재적 불만이 누적될 가능성이 공존한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내부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이 외부 경쟁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됐다.



